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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차여행 셋째 날, 이르쿠츠크에 도착

by Check Fabric 2020. 7. 8.
8시에 혼자깨어 있었는데 옆에서 할아버지께서 아침밥을 드셨다. 통조림이랑 감자랑 섞어드셨던 것 같다.

기차에서 셋째 날 아침. 8시에 기상해서 차 한잔을 마시고 있었을 때였다. 옆 칸에 탑승하신 3명의 대만 일행 중 한 분이 우리 칸에 오시더니 올혼 섬을 가냐고 영어로 물어보셨다. 우리는 기차 안에서 예매 메일을 일단 보내 놓았다고 설명했다. 사용할 수 있는 영어 단어를 총집합시켜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도 예매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같이 사진 찍은 것을 올리고 싶지만 기차를 오래 탄 상태라 모두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패스!

이름 모를 역


짐을 줄이기 위해 오늘도 즉석밥을 먹었다. 오늘은 뜨거운 물에 30분 동안 불려보았다. 그나마 먹을만했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조리하는 것보다 훨씬 못하다. 뜨끈한 쌀밥이 너무 그리워지는 3일째였다. 라면이 제일 나은 것 같다.

한국에서 가져온 밥에뿌려먹는 가루랑 튜브형 고추장을 토핑해서 먹곤 했다. 뭔가 지저분해서 블러처리.

밥 먹고는 클레버 마트에서 산 딸기 차를 타마셨다. 생각보다 많이 달아서 물을 많이 넣고 마셨다. 밍밍한 딸기의 맛이 느껴진다.
아저씨가 가져온 과자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딸기 차에 적셔서 먹어보았다. 체리 맛 웨하스였다.

정차역 작은 슈퍼에서 산 트롤 젤리


잠시 후 정차역에서 데이터가 터져 버스 예약이 된다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옆에 계신 대만 분들 것까지 6명분을 예약했다. 돈은 버스 타기 전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대만 분 두 분이 우리 칸에 들어오셔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이라고 소개했으며 각자 전공도 말했다. 세 분은 가족이 신줄 알았는데 선생님이시라고 했다. 우린 기차에서 만난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같이 사진도 찍었다.
그분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까지 여행하신다고 한다. 우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파리까지 간다고 하니 brave girl들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늘 오후 내내 어두운 하늘.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바뀌어 있었다. 12시를 한 번 더 살게 되었다.
기차가 통과하면서 보여주는 러시아의 시골과 도심들.

길게 정차하는 울란우데 역에 도착했다. 민트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귀여운 장난감 성 같았다. 바이칼이 점점 가까워지다 보니 바이칼에 사는 물개 기념품들이 눈에 띄었다.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또 많이 탑승하는 역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다시 탑승. 주전부리를 조금씩 사 먹다 보니 동전이 가득했다.
울라운데를 지나고 귀여운 집들이 많이 보였다.


기차는 달리고 달려 어느 순간부터 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호수를 보여주었다. 바이칼 호수 근처를 지나고 있나 보다. 마치 바닷가 같은 호수의 모습을 보며 물이 가득한 짜장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바이칼 호수를 보여주는 기차. 날씨가 흐렸지만 그것대로 운치 있는 풍경이었다. 마치 물 위를 가르며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는 기분. 호수를 끼고 달리는 내내 카메라를 손에 놓지 않았다.


내릴 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지만 벌써 가방을 꺼내 내릴 준비를 했다. 1시간 전? 쯤에는 차장이 탑승했을 때 수거해갔던 표를 우리에게 다시 돌려준다. 표를 받으면 곧 내린다는 알림? 쯤이 되겠다.
탑승할 때 보다 짐이 줄어서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 비가 세차게 내리다가도 또 맑아지고 흐렸다가 햇빛이 쨍쨍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러시아의 날씨다. 호수를 지나가다가 무지개도 보았다. 찬란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여름의 러시아는 9시가 넘어서야 어두워진다. 어두워지기 전 노을 지는 하늘은 그림 같았다. 짐을 모두 다 챙기고 남는 시간에는 함께 복도에 나와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안개가 장관인 숲을 지났는데 더 잘 찍지 못해 아쉬웠다. 영화의 신비로운 한 장면을 생생하게 감상한 기분이었다.

기차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감자 퓨레를 먹고 드디어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여기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짐을 가지고 내려 기차역 앞으로 낑낑대며 올라왔다. 막심을 부르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

막심을 기다리면서 도착의 기쁨을 기념하며 정이와 함께

이 숙소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거의 3층 정도 되는 건물을 짐을 들고 올라가야 했다. ^^..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빠르게 짐 정리를 하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샤워를 하니 온몸의 피로가 빠져나간 듯 나른해졌다. 내일 나갈 준비를 다 해두고 호스텔 거실로 나와 와이파이를 썼다. 오랜만에 와이파이가 터질 때 사진을 백업하고 음악을 다운로드하였다. 정말 길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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