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 짐 정리를 하다가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여기도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우흐띠블린 팬케이크 음식점. 오픈 전부터 줄이 길어서 앞에서 끊기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햄 치즈 팬 케이크가 제일 맛있었다. 바나나는 엄~~~ 청 달았다.
비가 와서 독수리 전망대도 못 가고 바로 옆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명한 커피 전문점 해적 커피에 앉아 기차역 가기 전까지 어디 갈지 정하기로 했다.



커피 한 잔에 99 루블 약 2000원 정도였다. 크기도 크고 만족스러웠다. 여행하는 동안 자주 마셔보고 싶다.
해적 커피에서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6분 거리에 있는 정교회 사원에 잠시 들렸다. 러시아 여행 내내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사원과 양파 모양의 돔을 수 없이 많이 봤지만 볼 때마다 새롭고 짜릿했다. 신기하고 독특하고 또 색이 다채로워 눈이 즐거웠다. 여행하면 할수록 얼마나 더 화려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본 성당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다음 방문한 곳은 혁명광장 근처의 아르세니예프 박물관. 입구 앞 보안 게이트 위에 고양이가 떡하니 지키고 있었다. 문지기인가 보다. 1층은 레닌과 관련된 전시 그리고 3층까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기록물들이 있는 박물관이었다. 전시 내용은 러시아어로만 적혀 있어 가볍게 전시물을 보기만 했다. 전시내용 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박물관 구조였다. 재밌는 구석이 많아서 몇 장 찍었다.










비가 심하게 쏟아져 잠시 박물관에 있다가 바로 건너편 쇼핑몰에서 레깅스 하나를 샀다. 비가 오니 너무 추워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성당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아까 들렸던 성당보다 훨씬 크고 파란색과 금색이 반짝이는 돔이 있는 성당이었다.




일반인도 입장이 가능했지만 긴 바지를 입어야 들어갈 수 있어 사람들이 문을 잠시 열었을 때 내부 공간을 잠시 볼 수 있었다. 정말 화려하고 멋있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아까 올라올 때 지나쳤던 디저트 가게 lakomka에서 빵과 커피를 마셨다. 빵이 저렴하고 괜찮았다. 디저트 가게에서 잠시 시간을 때우다 본격적으로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지막으로 짐을 채비하고 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비는 그칠 기미가 안보였다. 택시를 타기에도 애매한 거리라서 걸어서 역까지 갔지만 무거운 짐을 끌고 가니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역에 도착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필 캐리어에 캐리어 방수천이 끼여있어 바퀴는 잘 굴러가지도 않고 비는 내리고 우산도 써야 해서 15분 정도의 거리가 2시간 거리 같았다. 역에 도착하면 가방을 올리고 보안검사를 한다. 검사를 마치고 짐을 옮겨 자리에 앉는데 앞으로의 여행이 험난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짐을 줄여야지... 한참 넋이 나간 체 앉아 있다가 예매한 티켓을 실물 티켓으로 바꾸고 기차를 타기 전 역에서 한 명씩 샤워를 하기로 했다. 샤워 실이 두세 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미리 와 있는 사람이 있어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기차역은 여유롭게 3-4시간 전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대기했다. 175 루블을 내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화장실도 돈을 내고 들어갈 수 있었는데 기차표를 보면 그냥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샤워실은 넓고 깨끗했다! 내 차례에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문이 안 열려서 당황했지만 문 건너편 직원 두 분께서 친절하게 여는 법을 알려주셔서 겨우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샤워를 다 마치고 기차역 앞에서 파는 케밥을 먹었다. 150 루블. 러시아 기차역의 시간은 모스크바 기준으로 되어있다. 워낙 큰 대륙을 통과하는 기차이다 보니 우리가 여러 개의 기차역을 지나가는 동안 시차가 생긴다. 기차를 탈 때도 헷갈리지 않게 잘 체크해주어야 했다 기차가 오는 플랫폼은 마치 퀘스트처럼?로 되어있다가 기차 시간이 다가오면 플랫폼 숫자가 뜬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1번 플랫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야 했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도 없다. 또 무거운 짐을 한가득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출발 20분 전기차가 도착해있었다. 두근두근.






기차표와 여권을 승무원에게 확인하고 탑승할 수 있었다. 기차 턱이 너~무 높아서 짐을 올리려고 낑낑대고 있었는데 뒤에 계신 러시아분이 친절하게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먼저 올라가서 남은 친구들의 짐을 올려주고 끌어주었다. 휴... 기차 한 번 타기 쉽지 않다.
겨우겨우 도착한 기차 안, 표 번호를 보고 우리가 묵을 칸을 찾아갔다. 우리는 2등석을 선택해서 한 칸에 4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세 명이었기 때문에 한 명은 누가 올지 모른다는 것. 2층 침대가 양쪽에 있는 구조였다. 캐리어는 1층 좌석 밑에도 넣을 수 있고 2층 좌석 위 공간에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각자 짐을 보관했다.




짐을 정리하던 중 기차는 출발했다. 기차에 탑승하면 좌석에 깔 수 있는 백 커버와 침구류를 준다. 3일 동안 생활할 용품들을 보관 공간에 배치하고 이불도 깔고 자리 정리를 했다. 두세 개 정거장을 지나 남자 한 분이 우리 칸에 들어오셨다. 남은 한 자리에 타시는 분이셨다. 잘 준비를 하면서 짧게 일기를 쓰고 잠들었다. 정확히 자정 5분 전에 탑승해서 3일 동안 기차 안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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