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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혼 섬으로

by Check Fabric 2020. 7. 9.

새벽에 늦게 도착해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7시 35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호스텔 바로 앞에 사설 버스 타는 곳이 있었다. 어제 대만분들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예약 내역을 확인 후 돈을 지불하고 버스를 탔다. 약 12명 정도의 사람을 태웠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러시아인이거나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차를 기다리면서 봤던 러시아 길고양이. 깡이 쎄보인다.

차를 기다리는 맞은편 건물에 잠시 화장실을 가려고 들렸다. 내부에서 찍은 귀여운 것들. 이르쿠츠크라고 역시나 네르빠 기념품이 빠지질 않는다.

코가 달러인 저 인형 뭔가 갖고 싶어진다.

차 위에도 짐을 싣는 공간이 있고 나머지 캐리어는 이렇게 복도에 세워두고 출발했다.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은 청명했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말도 있고 소들도 보이는 풀밭. 그림 같은 풍경이다. 차가 너무 흔들려서 가는 내내 엉덩이가 부서지는 줄 알았다. 거의 3-4시간을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바이칼을 가기 위해서는 튼튼한 엉덩이가 있어야 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자다가 몇 시간 달린지도 모른 체 일어났더니 휴게소에 도착해있었다. 점심을 간단하게 사 먹었다. 휴게소는 허허벌판 길가에 위치해 있었고 옆에는 넓은 풀밭과 젖소들이 살고 있었다.
메뉴판을 읽을 줄 모르니 음식을 손으로 가리켜 주문했다. 무슨 음식인지도 몰랐지만 랜덤 게임은 성공했다. 테이블 옆에 있던 핫소스와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바이칼 근처라고 바이칼 이름을 가진 물도 팔았다. 뚜껑에 있는 동물은 네르빠라는 바이칼에 사는 물개였다. 여행 내내 보진 못했지만.

네르빠 하이~


끝없는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뮤직비디오 속에 등장할 것만 같은 도로였다.
피곤했지만 남은 시간 동안 옆에 앉은 애기와 같이 놀았다. 게임도 가르쳐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어로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난 한국어로 대답해주었다. 정말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다. 인형을 소개해주며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경이와 번갈아가면서 애기와 놀아주었다. 손도 먼저 잡아준 귀여운 친구. 폰에 있는 게임을 보여주더니 나보고 해달라고 해서 게임도 대신해주었다.. 게임 셔틀이 되어버렸다.. ^^,,,,,, 남은 시간 동안 애기와 놀아주었더니 올혼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차와 사람이 따로 타야 해서 몸만 내렸다.

드디어 올혼 섬에 입장!
2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갔다. 아침에 맑았던 날씨는 그새 흐려져 추웠다. 배에서 버스가 차례차례 내리는 동안 근처 좌판에서 기념품을 구경했다. 네르빠 기념품 너무 귀엽다. 선착장에서 숙소가 몰려 있는 후지르 마을로 가는 데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로 가는 길에 어렴풋이 보이는 바이칼 호수. 심장이 두근댔다.
드디어 도착! 올혼 섬에서 나가는 버스를 예약하는 곳에서 잠시 기념품을 구경하고 운전자분은 각자 숙소의 위치에 맞추어 짐을 내려주셨다. 옆에 탔던 애기가 헤어질 때 나를 꼭 안아주었다. 놀아주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막상 헤어지니 너무 아쉬웠다.

선착장에서 숙소까지 열심히 놀아주었다.
서커스가 열릴 것 같은 천막. 뭐하는 곳인지 알아내진 못했다.

드디어 도착한 올혼 섬 숙소! 주인분께서 친절하게 우리가 묵을 곳을 알려주셨다. 영어를 조금 하실 줄 안다고 하셨지만 대부분 번역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마치 만화 속에서 튀어나오신 것처럼 통통 튀는 분이셨다. 남편인 알렉산더가 우리 숙소 키에 귀여운 키링을 달아주셨다.

숙소 오기 전 들렸던 기념품 샵에서 보았던 귀여운 키링. 하나 살 껄 그랬다.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우리는 3일간 올혼섬에 머물 예정이다. 둘째 날은 유명한 북부 투어, 셋째 날은 자유, 그다음 날 오전에 바이칼을 떠나는 일정을 세웠다. 첫째 날인 오늘은 가볍게 산책하러 나갔다. 눈앞에 바이칼을 두고 있는데 도저히 숙소에만 있을 순 없었다.
후지르 마을의 집들은 동화 속에서 나온 것처럼 알록달록했다. 산책하면서 기념품샵은 모조리 다 방문했다. 귀엽고 신기한 기념품샵. 그리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들도 많이 마주쳤다.
걸어 걸어 도착한 바이칼 호수! 생각보다 너무 추웠지만 사진은 포기할 수 없었다. 옥빛의 물결과 저 멀리 보이는 유명한 부르칸 바위. 인터넷 사진을 보며 너무나도 기대했던 모습을 눈으로 보니 마치 꿈만 같았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았다. 소원을 빌며 끈을 묶는 솟대인 세르게도 구경했다. 대자연 그 자체였다. 7월이었지만 경량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반팔에 바람막이도 소용없어서 저녁을 먹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올혼 섬에는 목줄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개와 고양이들이 많다.
잠시 나와서 본 부르칸 바위와 바이칼 호수. 꿈만 같았다.

마트 가는 길에 큰 물웅덩이에서 한 컷~~~
저녁에 돌아올 때 큰 소들이 물을 먹고 있어서 놀랐던 웅덩이었다.

숙소에서 먹을 음식을 챙기러 마트에 왔다. 이곳저곳 바이칼을 담은 상품들. 내일 북부 투어 때 같이 사진 찍으려고 바이칼 물도 구입했다. 없는 게 없던 큰 마트였다. 베이커리, 잡화, 햄, 기념품, 수영용품 다이소 뺨치는 곳이었다.

없는게 없는 마트였다.
햄도 팔고
케이크도 팔고,

유리잔도 판다.
기묘한 숙소. 우리 숙소 옆 건물인데 저 사람 모형은 저녁에 보면 깜짝 놀랄 것 같다.
숙소 바로 옆에 있던 기념품 샵도 저녁먹기 전에 잠시 들렸다.


근처를 잠시 구경하다가 저녁 시간에 맞춰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만둣국? 과 채소. 비주얼에 비해 먹을 만했다. 만둣국은 몇 번을 먹어도 오묘한 맛이 느껴졌다. 로즈마리향과 비슷한 맛이 났다. 보라색깔의 비트는 옥수수 맛이 났다.


정이는 피곤해서 숙소에서 쉴 동안 나와 경이는 천천히 산책하러 나왔다. 아까 너무 추워서 점퍼를 두 개나 겹쳐있고 나왔다. 아까 다 들리지 못한 기념품샵을 왔는데 네 르빠 관련 기념품은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무거웠던 캐리어를 생각하며 사진으로만 담았다. 다음엔 꼭 베레모를 쓴 네르빠를 데려오고 싶다. 네르빠 외에도 다양한 자연물을 이용한 기념품, 동물들이 많았다. 아까보다 날씨가 좋아져서 햇빛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림을 그려주는 주인이 키우던 고양이었나 그랬을 거다. 샴 고양이~~
정말 귀엽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캐리어에 공간이 없었다.
귀엽다!
네르빠와 더불어 산 속 동물들 인형들도 많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눈앞에서 보고 있어도 계속 꿈은 아닐까 이 순간이 사라져 버릴까 매 순간이 아까웠다. 바이칼의 물은 눈부시고 잔잔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하염없이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호수의 물결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는 곳이다.


2시간도 모자라는 짧은 산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도 괜찮았지만 비만 오지 않았으면, 북부 투어를 하는 내일은 날씨가 좋길 바랐다.
바이칼의 첫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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