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차여행 다시 시작

Check Fabric 2020. 7. 13. 22:18

상쾌한 아침! 10시 쯤 일어나 전 날 시장에서 산 토마토와 납작 복숭아를 드!디!어! 먹었다. 유럽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그 맛있는 납작 복숭아를 드디어 먹어보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평범한 맛이었다. 유럽에서 먹는건 훨씬 더 맛있으려나? 러시아 납작 복숭아는 극찬할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다. 한국 물렁 복숭아와 비슷한 맛. 그 정도였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서 기대감이 커서 그런 것도 같고. 장점은 한 입에 먹기에는 편했다 정도였다.

새벽에 찍었던 복도
기차에 타는 날 시간표를 문 앞에 붙여둔다. 그리고 하나씩 지우는데 귀찮아서 나중에는 그냥 둔다.
어김없이 아침은 도시락 컵라면

정이는 어제 머스캣을 샀는데 머스캣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기차에서 먹기에 참 편한 듯.

머스캣 접선
이건 기차칸 앞에 있는 뜨거운 물. 여기서 물을 받아서 밥을 먹거나 차를 타서 마신다.
지나가다 본 상점
기차 시간표가 붙어있다.

이번에 타는 기차의 같은 칸에는 귀여운 개가 탑승했다. 사나워 보였지만 순둥순둥했다. 귀가 쫑긋한게 정말 귀여웠다. 주인이 멀리 나가지 못하게 했더니 얼굴만 쏙 내밀어서 바깥구경을 했다.

안뇽

이 때 부터였을까... 옆 칸 그리고 그 옆 칸에 있던 꼬마 친구들이 점점 우리 칸으로 몰려오더니... 같이 놀았다. 처음에는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고 참 귀여웠는데 계속 놀아주니 마치 명절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꼬마친구들은 지치지 않았다...^^,,부모님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시는 듯 했다. 총 네 명의 어린이었는데 두 명 두 명씩 다른 가족 구성원이었다. 기차에서 만나 친해져 같이 놀고 있었다. 빨간 여우가 그려진 옷을 입은 9살, 분홍 옷을 입은 8살, 파란 눈을 가진 3살, 하늘 색 옷을 입은 쪼꼬미 4살 친구. 이번 기차는 지루할 틈도 쉴 틈도 없는 열차가 될 것임을 감지했다...

우리에게 만들어서 보여준 고양이. 집에 기르던 고양이 사진도 보여주었다. 그러곤 우리에게 선물을 주는 줄 알았는데 다시 가져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푸른 풀들과 나무를 감상 중

큰 철제 다리를 지나고 lte가 터지기 시작하더니 꽤 큰 도시로 보이는 역에 도착했다. 시간표에 51분 정차한다고 표시가 되어있어 오랜만에 같이 역 밖으로 구경 나왔다. 저번에 바이칼 가던 길 휴게소에서 먹었던 음식이 맛있어서 혹시나 그 메뉴가 있나 근처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메뉴는 보이지 않아 그냥 나왔다.

시원한 아메키라노를 마시고 싶어 작은 카페를 찾아 갔는데 아메리카노는 따뜻한 걸로만 판다고 한다. 흑흑... 한국가자마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벌컥 벌컥 마시고 싶었다.

ㅠㅠ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달았다.

기차 타기 전 풍경

첫 번째 탔던 기차에서는 흐린 날이 대부분이라 몰랐는데 이 때 쯤 부터 러시아의 여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에어컨도 갑자기 나오지 않더니... 샤워가 너무 하고 싶어졌다. 또 해까지 늦게 지니.. 반팔로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나시를 꺼내 입었다. 차에 탑승해 저녁을 먹었다. 날씨도 더운데 뜨거운 음식을 먹으니 두 배로 더운 느낌 .

먹다보니 더 더워진 불닭치즈. 햇반 뜨거운 물에 불리면서 컵라면 먼저 먹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사진밖에 없어서 이게 저녁인지 점심인지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나니 꼬마 친구들이 그림을 그려달라며 종이를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 그래도 첫 날은 성심성의껏 그림 셔틀이 되어주었다. 밀린 일기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경이와 정이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다. 화이팅 ^^,, 두 번째 기차의 컨셉은 명절날의 친척 동생과 놀아주기임에 틀림없다... 두 가족의 부모님은 자식들이 다른 승객의 객실에 들어가는 일은 하나도 신경쓰지 않으셨다. 딱 한 번 나스탸의 어머니께서 러시아어로 애들 어디 갔냐는 어투의 말로 물어보러 오신것 빼고는 거의 마주친 적이 없었다.
한 편으로는 러시아에 살면서 여러 번 횡단열차를 타고 다양한 인종의 승객을 만나면서 크는 친구들의 시야는 어쩌면 나와 많이 다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치 여러 칸에 탑승해 있는 승객들은 작은 사회 구성원 같았고 기차는 작은 마을 같을수도 있겠다 느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기차 안에서 천방지축으로 노는게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20살이 넘은 나도 기차가 이렇게나 신기한데 꼬마 친구들에게는 얼마나 신기하고 재밌을까.한 명씩 얼굴을 그려주고 펼치면 그림이 나오는 작품도 만들어주었다. 마음에 썩 들었나보다. 그림을 들고 포즈도 취해주었다. 멋지게 싸인도 해주었다..^^,,, 그리고 색연필을 가져다 주더니 색칠도 시켰다. 고마워.. 정말 심심할 틈이없어.

기차 기념품을 보여주는 포스터가 걸려 있길래 하나 살까 했다. 사실 인형을 사고 싶었는데 또 부피 차지 할 것 같아서 포기하고 펜을 하나 샀다. 컵도 약간 탐나긴 한다.

사진에 있는게 모두 다 있는건 아닌 것 같다. 기차칸 제일 앞에는 승무원이 타고 있어서 승무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짠 구매 완료~
아늑하게 보이게 찍혔다.

저녁을 먹고도 한참 밝은 하늘이었는데 서서히 해가 넘어가고 오늘은 보라색 하늘. 정신없게 흘러간 하루였다. 꼬마 친구들은 또 일찍 자지도 않았다. 도저히 저녁에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잠궈버렸다. 땀을 많이 흘려 하루 만에 샤워를 하고 싶어졌다. 러시아의 여름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