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Check Fabric 2020. 7. 4. 21:21

눈을 떠보니 오전 8시쯤이었다. 경이도 슬그머니 일어났다. 어제 머리도 감았고 샤워도 했으니 얼굴만 빠르게 씻었다. 여행 오기 전 머리 관리하기 귀찮아서 단발로 과감하게 잘랐더니 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뻗쳤다. 그래도 머리 감기가 편하고 가볍고 머리가 빨리 말라서 좋았다. 둘째 날은 뻗친 머리와 함께 시작했다. 정이는 조금 늦게 일어나서 정이가 챙 길동 안 바로 앞 해양 공원 산책을 나갔다. 꼭 와보고 싶었던 해양공원을 천천히 거닐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내내 맑은 하늘은 공항에 내린 순간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사진을 꼭 찍고 싶었던 해양공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우산을 내려놓고 바다 앞에서도 사진을 남겼다.

게하 카운터에 있던 귀여운마트료시카 천

^ㅁ^
해양 공원을 따라 귀여운 푸드 트럭들이 즐비해있었다.
알록달록한 해양공원에 위치한 놀이공원!

정이도 다 챙기고 나와서 숙소 근처에 있는 midiya라는 브런치 카페에 왔다. 마치 한국에 있는 핫한 카페에서 볼법한 인테리어였다. 깔끔하고 예뻤다.

강아지 친구도 입장 가능

투명한 유리와 홀로그램 유리로 이루어진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서울!


나는 서울의 맛이 궁금해서 서울을 주문했다. 경이는 프렌치? 라테, 정이는 꿀이 들어간 음료를 주문했다. 내 껀 상큼하고 경이와 정이 음료는 둘 다 달달하니 맛있었다. 셋 다 주문은 성공했다! 음료가 많이 비싸지 않고 좋았다.
정이가 왔으니 다시 해양공원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놀이기구를 탔을 텐데 아쉽다.

아까 보지 못했던 타일의 디자인. 디자인 마다 다른 종의 곰 발바닥이 그려져 있었다.

아침 겸 점심은 어제 가지 못했던 댑 버거를 먹으러 갔다.

화려한 샹들리에

좋겠다!
엑조틱 맛!

다행히 웨이팅은 안 하고 바로 입장했다. 어색한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메뉴판이 재밌어서 찍어보았다. 나랑 정이는 버거 경이는 빵에 찍어먹는 샥슈카라는 음식을 먹었다. 음료수가 싸다 했더니 너무 작은 잔에 나왔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ㅎ 이 식당에서는 한국인 손님밖에 못 봤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식당인가 보다.

냠냠


배를 채우고 바로 건너편 혁명광장과 내일 우리가 탈 기차역을 구경하러 갔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시작되는 곳이 블라디보스토크 역이라서 기차의 시작점? 종점?을 알리는 기념비가 있다. 그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rzd 간판을 보니 벌써부터 두근두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역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km
셋이서 찰칵

혁명광장의 동상

비둘기가 정말 많았던 광장
혁명광장 옆 성당은 수리중이었다. 돔을 지상으로 내려놓으니 크기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혁명광장에 있는 기념품샵에 들려 짧게 구경했다. 마트료시카와 성당 오르골,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들이 즐비해있었다. 아직 여행일이 많이 남았으니 자제하고 뱃지와 팔찌만 샀다. 팔찌는 바이칼 호수에서 사진 찍으려고 구입.

마트료시카 모양 입구를 가진 혁명 광장 기념품 샵

냥아치를 위해 기부하는 모금통

화려하고 반짝반짝한 러시아 성당을 담은 기념품
호두까기 인형이 없으면 섭섭한 러시아

조개 껍질 팔찌와 마트료시카 뱃지

멀지 않은 곳에 개선문이 있어서 걸어갔다. 러시아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가 왕위를 계승하기 전 러시아 여러 도시를 방문하면서 거쳐간 도시에 같은 모양의 개선문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 단체 관람객이 많아서 근처 잠수함 박물관을 들렸다가 다시 사진을 찍으러 왔다. 무늬와 색이 화려해서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빨강과 파랑 그리고 금빛의 화려한 조합

개선문을 지나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거창한 소원을 빌면서 통과했다.

잠수함 박물관 가는 길 옆에 있던 영원의 불꽃. 제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

잠수함 박물관은 1인당 100 루블. 햄스터 집처럼 동그란 통로를 하나씩 통과하면서 잠수함에서의 생활공간을 구경할 수 있었다. 복잡한 밸브들과 기계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다음으로 굼 백화점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게임장도 있고 옷가게도 있고 한국과 별 다르지 않았다. 저녁은 중국시장에서 킹크랩과 새우를 사서 먹으려고 돈을 인출하는데 기계에 문제가 생겨 친구들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뒤에 줄 서 계시던 러시아 분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시며 관리자에게 문의하러 가셨다. 그 와중에 기계는 정상화되고 카드로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굼 백화점 구경을 하고 바로 근처 굼 백화점 옛터를 구경했다.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맛있는 에끌레어 집이 있다고 해서 들렸다. 매장은 자리가 꽉 차있었다. 모두 한국인밖에 없어서 괜히 반가웠다. 우리는 에끌레어 두 개를 사들고 옆 벤치에서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생긴것도 너무 예쁘다.

이제 버스를 타고 중국시장으로 가기로 한다. 혁명광장 버스정류장에서 31번을 타고 20-30분 정도 갔다. 버스는 뒤에서 앞으로 내리면서 요금을 주는 방식이었다. 잔돈은 천 위에 올려지 동전들을 아저씨가 주는 방식.

버스를 정류장가면서 찍은 러시아 건물. 한국과는 많이 달라서 그런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버스에서 본 풍경. 정류장 마다 조그맣게 가게가 있었다.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리는 버스.

전차도 다녔다.

버스에서 내려 작은 아파트 단지를 거쳐 10분 정도 걸어야 시장이 보인다.

한국 시장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자전거, 과일 등등. 킹크랩과 곰새우를 사기 위해서 실내에 수산물 파는 곳을 찾아갔다.
킹크랩과 곰새우 1kg씩 2000 루블? 정도에 산 것 같다. 히히 신난다~ 근처 과일가게에서 납작 복숭아도 샀다. 다음날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샀는데 기차역 가는 길에 비를 쫄딱 맞고 한 개도 먹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

알록달록한 과일들

시장 가던 길에 계신 냐옹님
가게를 지키고 계신 냐옹 주인님. 고양이들은 세계 공통으로 귀엽다.

킹크랩과 곰새우를 사들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잠시 내려놓은 뒤 저녁으로 같이 먹을 라면과 내일 기차 안에서 먹을 식량들을 사러 클레버 마트에 갔다. 며칠간 기차 안에서 일용할 양식을 위해 라면을 종류별로 골고루 사모았다. 감자칩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초콜릿도 사고 티백이랑 커피도 신기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더니 짐이 한가득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국에서 라면 끓이는 플라스틱 통을 들고 와서 햇반을 데워먹어 보겠다고 즉석밥도 여러 개 샀다. 하지만 기차 여행 내내 맛있는 밥은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ㅎ

맛있게 먹었던 초콜렛
쵸코파이!

뜨거운 물에 타먹는 커피 종류들은 낱개로 팔기도 한다.
파란색 환타도 궁금해서 하나 샀다.
입모양이 그려진 유명한 감자칩 lays

숙소로 돌아가기 전 와인랩 구경 갔다가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 팔던 초록색 콜라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사들고 돌아와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일반 콜라와 똑같은 맛.

게하 사장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킹크랩과 새우를 한쪽에는 삶고 한쪽은 라면과 함께 끓였다. 두근두근..

하루 종일 바깥에 돌아다녀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다. 킹크랩보다는 새우가 쫄깃하고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시장에서 사 와서 요리하고 함께 먹었던 경험이 재밌기도 하고 뿌듯했다.

러시아의 신라면

최고의 저녁
기쁨의 집게 v^ㅡ^v

러시아에서 물 살때 잘 확인하고 사라고 해서 찍어둔 사진인듯 하다. 탄산수랑 헷갈릴 수 있으니.

저녁을 먹고 본격적으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준비를 했다. 큰 캐리어는 좌석 밑이나 위에 올려야 해서 생활할 용품들과 먹을 음식들을 가방에 나눠서 담아야 했다. 백팩에 옷과 속옷을 나눠 담았고 보조배터리 삼각대도 넣었다. 식량들은 얇은 보조 백팩에 분류해서 넣었다. 짐 정리가 제일 귀찮다.

3일동안 먹을 음식들 많이도 샀다. 저 보라색 밀카 초콜릿이 정말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라면과 물만 넣으면 먹을 수 있는 감자 퓨레기 기차 안에서 먹는 음식으로는 제일 무난한 듯했다. 사진을 보니 저 때 너무 과할 정도로 많이 샀다...^^,,,, 중간중간 정차역에서 간단한 스낵류 등은 살 수 있는데 라면과 밥을 먹지 못하면 죽는 사람처럼 많이 샀다. 그래서 다음 날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서 다 던져버리고 갈 뻔했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가는 것이 승자다. ^^,,,

한국에서 믹스커피도 많이 가져왔는데 커피 맛이 궁금해서 산 차와 커피


기차에서는 와이파이나 데이터가 잘 안 터져서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사진을 백업할 수 있고 여행기록을 오프라인 온라인 둘 다 가능한 어플을 찾아보았다. 원래 쓰던 블로그 어플은 업로드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고 한 번씩 에러가 뜨면 업로드가 되지 않아서 따로 여행 기록을 위한 어플을 찾아보았다. 한 여행 어플이 리뷰가 괜찮고 쓰기에도 편해 보여서 가입을 했었다. 근데 2년이 지난 지금 자꾸 에러가 뜨고 사진도 원본이 저장 안 되고 심하게 튕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공식 sns에도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 5개월이 지나고 업데이트도 오래전에 멈춰있었다. 후... 화도 나지만 너무 속상했다. 급한 대로 텍스트와 깨진 사진을 겨우 복사해서 옮기긴 했지만 5000개가 넘는 사진과 글을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진과 기록을 중요시 여기는 나에게 여행 하루의 마무리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 클라우드에 사진을 업로드하고 다시 다른 메모리에 사진을 옮기는 작업이었다. 피곤하지 않은 날은 어플로 일기도 적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건 너무 마음 아프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 데이터를 날린 경험이 있어서 더욱더 그랬다. 여행을 다 마치고 나니 데이터도 영원한 건 없다고 느꼈다. 다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작성하고 기록했다 하더라도 개인 데이터 공간에서의 백업이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덧붙여 직접 손으로 쓰는 작업을 단순하게라도 해두면 좋다는 것도. 소중한 자료는 반드시 두세 번 백업,,, 다짐 또 다짐.

기차 안에서는 심심할까 봐 한국에서 유튜브 레드를 가입해두었다. 하마터면 러시아에서 결제가 안돼 유튜브 레드를 즐기지 못할 뻔했다. 7월 최신 음악과 횡단 열차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검색해서 모두 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저장했다. 과연 내일 무사히 기차를 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러시아에서의 두 번째 밤을 보냈다.